* 불교신문 2012년 11월 10일자에 특별기고한 내용
2008년 2월 25일, 새로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과 바람을 업고 48.7%의 뜨거운 지지를 얻었던 이명박 당선인이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
선거운동기간 중 이명박 후보는 △불교문화전승 주력 △불교문화재 보존 △불교 관련 규제법 개정 △종교편향 근절 약속 △남북 불교 교류지원 △10·27법난 특별법 제정을 통한 불교계 명예회복 및 피해보상 추진 등 불교정책 7대 공약을 발표하며 불교계 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공약하였던 불교정책이 집권이후 어느 정도 실천되고 완성되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당연히 필요하다. 불교계 역시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지난 5년의 주요한 정치적 사건과 정책들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이명박 정부 5년차
연등회 무형문화재 지정
‘연등회’가 1000년 이상 지속돼 온 전통문화로서 충분한 문화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사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와 미온적 태도로 인해 지정이 보류되면서 문화재청이 전통문화 보존창달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교계의 비판이 적지 않았었다. 통일신라시대부터 계층과 시대를 초월해 우리 민족이 함께 향유해 온 소중한 문화유산이며 전통 민속의례와 융합되면서 독창적 전통문화로 발전하여 온 ‘연등회’가 마침내 4월 9일 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되었다.
정부와 불교계가 협력하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여야 하는 것도 앞으로 추진되어야 할 과제이다. 제등행렬, 춤과 노래, 악기 연주를 비롯한 문화공연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세계적인 문화 축제로 발돋움하기 위해 보다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불교계 불법사찰 진상 촉구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격랑이 불교계에도 몰아쳤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전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과 중앙종회의장 보선스님에 대한 불법사찰을 자행한 것이 확인되었다. 헌법상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종교계 불법사찰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와 재발방지를 위한 ‘불법사찰 방지 특별법’ 제정 촉구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을 불교계는 정부에 강하게 촉구하였다.
종합적 평가와 과제
근본적인 법령 및 제도 개선
5년전 불교계는 근본적 제도 개선을 통한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고자 ‘불교정책기획단’을 발족 정책토론회 개최와 ‘불교정책자료집’을 발간하고,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를 개최하여 각 정당 후보의 불교정책을 평가하였다. 조계종 집행부는 ‘불교 관계 국가제도 및 정책 개선’을 핵심과제로 선정해 법령개정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왔다. ‘10·27법난 피해자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비롯하여 ‘자연공원법’ ‘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과 국토, 개발제한, 건축, 문화재 분야 등에서 법령이 개선되었다. 앞으로도 불교의 자주성을 확보하고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종교간 평화와 화합을 통해 사회통합의 길로 나아가는 ‘증오범죄방지법’의 입법 제정, 공직자의 종교차별행위를 근절하는 공무원법의 직접 처벌조항 반영, ‘10·27법난 피해자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의 한시적 효력기간 규정 삭제와 다른 법률들과 형평성 있는 규정의 보완 등은 최소한 완성하여야 할 불교계의 향후 과제이다.
사전 예방적 방안 강구
사후약방문 격의 대책보다도 더 좋은 것은 사전 예방적 방안의 강구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소를 잃지 않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다. 형평성 있는 종교정책의 중요성을 국민들과 함께 인식한 지난 5년의 경험에서 불교계는 특히 인재 양성을 위한 다양한 노력과 인적네트워크 결성 그리고 대중조직의 힘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사회 곳곳에서 활동 중인 불자들이 대거 참여하여 역량을 한곳에 모으는 ‘불교포럼’과 중앙신도회 상설위원회의 역할과 활동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전국 사찰은 신도들을 조직화하고 불교와 사회교육을 실시하여 불교적 가치의 사회적 구현에 보다 앞장서야 할 것이다. 지역공동체의 거점으로 중심적 역할을 하는 사찰 내 평생교육센터 설립 활성화 등의 방안 강구도 필요하다. 나아가 사회적 현안에 대한 직접적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적 여론을 수렴하는 불교계 일간신문의 창간도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과 함께하는 화합과 상생의 불교
사회 곳곳의 갈등 현장에서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정신으로 진정한 상생의 길을 찾고자 하였던 불교계의 노력은 ‘국민과 함께하는 화합과 상생의 종교’로서 불교의 사회적 위상을 확립하는 기초를 다듬었다. 국민화합과 사회통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불교계에 대하여 국민들은 점차적으로 지지와 신뢰를 보내주었다.
특히 사회문제를 포교 수단으로 삼지 않고 4대강 문제를 해결하고자 중재하였던 ‘화쟁위원회’의 활동은 향후 불교계가 사회적 갈등해결에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 적극적 중재자가 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쌍방적 소통문화의 정착으로 실제적이고 본질적인 ‘중생구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 불교계는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하고 국가의 ‘문화적 경쟁력’을 높이는 기존의 이미지와 역할을 뛰어넘어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 사회는 지금 ‘사회갈등 해결과 화합’ ‘상생과 공존’ ‘남북교류와 평화’ ‘환경과 생명’ ‘경제민주화와 복지’ 등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불교는 어떻게 대안을 제시하고 어떻게 사회적 실천을 하느냐를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한다. 사회의 역기능과 모순을 극복할 불교공동체 모델을 개발하고 현대사회의 대안이 불교에 있음을 대중들에게 구체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국민과 함께하는 불교, 사회를 일깨우는 불교,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불교’로 거듭나서 사회적 난제를 풀어가는 주역으로 불교가 우뚝 설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