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타임즈 마태식 기자 ] 전직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가 트럼프의 재집권이 한미 관계와 글로벌 질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밝혔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등에서 한·미관계를 취재했던 박형주 전 미국의소리(VOA) 기자는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선릉로 소재 최인아 책방에서 ‘트럼프 청구서’ 저자 북토크를 진행했다.
72분간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박 전 기자는 미국 정치와 외교, 특히 트럼프의 재집권이 한미 관계 및 글로벌 질서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박 전 기자는 트럼프의 정치 스타일을 ‘강력한 지도자와의 직접적인 외교’로 요약하며, 트럼프 재집권이 가져올 주요 변화로 보호무역주의와 중국 견제 강화, 한미동맹의 역할 재정립 가능성을 꼽았다.
특히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2016년과 2024년의 미국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낸 배경을 상세히 설명했다.
박 전 기자는 “트럼프가 먹고사는 문제와 불법 이민 문제를 미국 내 유권자들에게 강력히 어필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 상승과 물가 문제 등 실생활에 직결된 이슈가 2024년 선거에서 트럼프의 대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박 전 기자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재회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는 1기 때 매듭짓지 못한 김정은과의 협상을 2기에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지만, “김정은은 자신의 핵 단추가 커진 데다 푸틴과 시진핑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어 자신의 몸값이 더 올라갔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핵을 보유하면서도 제재를 받지 않는 파키스탄과 같은 지위를 원할 것”이라며 “그러나 트럼프가 이를 용인할지는 미지수”라고 언급했다.
다만, 트럼프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에게 핵 동결 약속을 받아내고, 미국에 직접 위협이 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일부를 가져오는 수준의 합의를 모색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박 전 기자는 전망했다.
워싱턴에서 북미 관계를 집중 취재했던 박 전 기자는 “북한 김씨 정권에 대한 워싱턴 조야의 불신은 폭넓고 뿌리 깊다”며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트럼프 2기 외교안보 라인에도 그런 인사들이 적지 않게 포진해 있다고 말했다.
박 전 기자는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먼저 양측의 신뢰 구축이 중요한 것 같다”며, 이 과정에서 “틀을 깨는 창의적인 접근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중국 시진핑 주석의 외동딸이 미국 하버드대학교에 다녔던 점을 언급하며 “김정은이 미국 측으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싶다면, 김주애를 하버드에 보내는 수준의 신뢰 조치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 관계와 트럼프의 정책와 관련해선 “트럼프 시대 한미 관계는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넘어 대중국 견제 역할에서 한국 측의 광범위한 역할을 요구, 압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트럼프 사람들은 한국을 중국 견제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고 싶어할 것”이라며 “한국이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가능성을 포함해 외교·안보 전략을 재설계해야 할 시점으로, 특히 앞으로 한·미관계의 온도는 북한이 아닌 ‘중국’ 문제가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관세 정책에 대해서도 “바이든 정부가 동맹에게 ‘당근’을 주면서 미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을 추구했다면 트럼프는 동맹을 ‘협박’하며 원하는 것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에 대한 고관세 정책 등은 “궁극적으로 미국 주도의 국제 경제에서 중국을 떼어내려는 목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전 기자는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인한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엔 “트럼프는 한국의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대통령의 탄핵 문제 등을 비롯해 한국 정국의 불확실성을 최대한 빨리 해소하는 것이 트럼프 2기 준비의 출발일 것”이라며 “현재 트럼프 팀은 플랜 A와 B를 모두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 전 기자는 “‘트럼프 청구서’라는 책이 한국 독자들에게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외교 전략과 접근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면서 “국제 정세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이해가 넓어지면, 정부와 정치권에 우리 국격에 맞는 외교와 전략을 요구하고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형주 전 미국의소리 기자는 YTN 앵커로 ‘뉴스 앤 이슈’. ‘뉴스 정면승부’ 등 시사 보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2016년 미국 국제국영방송국인 VOA로 자리를 옮겨 워싱턴 조야의 한반도 정책을 취재해왔다.
그는 트럼프 1기, 바이든 정부에 걸쳐 한반도 주요 이슈를 심층 보도한 결과를 바탕으로 ‘트럼프 청구서’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