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 선언 후 정책은 없고 말만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안철수 후보가 “7대 비전”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된 내용은 눈에 띌만한 새로운 내용을 없었다. 안철수는 모든 위기의 근원을 정치 불신에서 출발했고 그 처방도 정치쇄신에서 찾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안철수의 정치쇄신 내용도 말만 그럴듯했지 실제 집권을 하게 되면 과연 실천이 가능하게 될지는 여전히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정치에는 반드시 상대가 존재한다. 정치권의 개혁과 정치의 쇄신을 하기 위해서는 안철수 자신을 뒷받침해 줄 정치세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안철수에게는 단 한 명의 국회의원도 없다. 소속 정당과 이념적 성향이 각각 다른 300명이나 되는 국회의원을 어떻게 조정하고 타협해 나갈 것인지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 발언으로 정치적 현실을 고려해 봤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안철수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한다고 했고 청와대도 이전을 하겠다고 했으며 대법원장도 대법관 추천회의를 거쳐 임명 하겠다고 했으며 사면권의 남용 방지를 위해 국회의 동의절차를 거친다는 말도 했다. 안철수의 이러한 정책구상들은 자신의 이상을 책으로 펴낼 때는 통용되는 말이기는 하겠지만 정치현실의 측면에서 불 땐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별 의미를 부여해 줄 수가 없는 발언이다.
아시다시피 대통령의 권한이나 대법원장의 임명 등에 관한 사항은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사항들이다. 이러한 사항들은 한 개인의 의지 보다는 제도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헌법의 일부를 고치지 않고서는 실천의지를 결코 담보 할 수가 없는 사항들인 것이다. 또한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은 그동안 국회에서 심심찮게 거론되어 온 일이기도 하다. 안철수는 청와대를 이전하겠다고 했지만 청와대가 어디에 있는 것이 해결의 첩경은 아니라고 본다.
그동안 보아 온 바와 같이 청와대의 주인인 대통령의 권력 운용에 대한 의지가 항상 문제였지, 청와대가 어디에 있든 간에 그것이 문제 해법의 본질은 아니라는 것은 모든 국민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며 지금 있는 청와대를 두고 또 다른 곳으로 권력기관을 이전하면 그것은 불필요한 예산 낭비일 뿐 결코 근본적인 처방은 될 수가 없을 것이다.
안철수는 3자회동의 연장선상에서 ‘여,야, 무소속 합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치개혁은 선거 후에 하면 또 정쟁에 휩싸인다는 명분을 들기는 했지만 안철수의 이 제안을 보면 역시 아마추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선거란 각 당이 후보자를 내어 각각 다른 공약으로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는 게임인데 정책과 공약이 서로 다른 후보자들이 모여 선거가 있기 전에 정책에 대한 합의점을 이룬다면 각 당의 후보자들이 목숨을 걸다시피 선거를 왜 해야 하는지 선거의 본질을 망각한 발언에 진배없다는 것이다.
다만, 매니페스토 협약이나 상호간에 공정한 게임을 하자고 하는 합의체 정도는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정책적 합의를 도출하고 싶다면 그것은 안철수가 야당 단일화를 하겠다고 결심 했을 경우, 단일화를 시도할 상대당과 정책 조율을 할 때나 가능한 제안이었다고 본다.
안철수의 기자회견을 본 모 일간지에서는 사설에서 '개인과 기업이 함께 성공하는 경제' 같은 '7대 비전 선언'은 정책 선언이 아니라 '희망(希望) 선언'이나 같은 것이다. 라고 평가 절하한 언론도 있었으며 “안 후보가 지난 7월 냈던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 속의 추상적인 이야기에서 진전된 것이 없다. 안 후보가 사실상 대선 출마를 결심하고 석 달, 대통령 선거까지 두 달 반도 채 남지 않았는데 정책 구상은 이런 상태라면 국민은 안 후보가 집권할 경우 어떤 정책을 펼칠지도 모르는 상태로 투표소에 들어설 판이다. 그저 안 후보의 사람됨과 능력을 믿고 지지해달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라는 지적도 등장했다.
민주당은 안철수의 정책 구상이 원론적이라고 평가했고 새누리당에서는 구체적 실천방안이 없는 “좋은 말들의 모음” 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대체적으로 정치 개혁은 한 개인의 이상만으로는 실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안철수의 “7대 비전”은 “안철수의 생각” 제2편에 나올만한 내용만 골라서 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전혀 틀린 지적은 아니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