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추기경은 지난해 7월부터 노환에 따른 폐렴 합병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왔으며 이날 호흡부전으로 사망했다. 병원 측은 “추기경의 폐기능이 크게 떨어졌으나 마지막까지 인공호흡기에 의존하지 않은 채 스스로 호흡했으며 큰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고 밝혔다. 선종을 지킨 정진석 추기경과 수녀들, 의료진에게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고인이 이날 장기 기증의사를 확인함에 따라 선종 직후 안구적출수술이 이뤄졌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추모 메시지를 통해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우리 사회의 큰어른으로 빛과 희망이 되어주셨다”며 “평소 추기경님께서 바라던 대로 이 땅에 평화와 정의가 넘치도록 마음을 모아 추기경님의 선종을 애도하고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고인은 1922년 5월8일(음력) 대구에서 독실한 가톨릭 집안의 막내로 태어나 일본 상지대 철학과, 서울의 성신대학(가톨릭대 신학부)에서 수학했으며 51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56년 독일 뮌스터대 대학원에 유학하면서 시대와 소통하는 교회의 사명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 66년 초대 마산교구장을 거쳐 68년 대주교로 승품한 뒤 서울대교구장에 올랐다. 김 추기경은 세계 가톨릭 교단에서 한국 가톨릭의 위상을 크게 높였으며, 30년간 서울대교구장으로 재직하면서 독재권력을 비판하고 명동성당을 민주화운동의 마지막 보루로 지켜내 가톨릭 신자는 물론 많은 국민들에게도 존경을 받은 큰어른이었다. 한편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고인의 빈소를 명동성당에 마련하고 성당 입구에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 선종, 주님 스테파노 추기경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라고 쓴 현수막을 내걸었다. 또한 정진석 추기경을 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구성, 서울대교구장(葬)으로 5일장을 치르고 장지는 용인의 성직자 묘역에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